누군가가 입고 있던 할아버지에게 물려 받은 코트를 보고서 나만의 어떤 코트를 그려왔었는데,
조급한 마음에 올겨울 다른 애매한 다른 코트와 타협을 안 하고 버텨온 게 정말 잘 했다 싶습니다.
디자인은 심플/베이직 하면서도 오히려 그 점에서 유니크한 부분이 있습니다.
넥의 디자인이 대표적인데, 단순한 차이나 칼라(?) 형태면서도 어떻게 접고 펼치느냐에 따라 다채롭게 연출이 가능합니다.
편의성과 디자인적인 확장성이 높아 라이프 스타일을 옷으로 표현하기 아주 좋습니다.
쇼룸에서 처음 시착하고 놀랐던 것은 무게 때문이었습니다. 굉장히 가볍습니다.
캐시미어와 실크가 함유되어 있어 매끄러운 질감이야 그렇다치고굉장히 밀도가 높습니다. 그런데도 얇기도 하고요.
실제로 착용하고 다녀보니 가벼워서 다른 밀도 높은 원단의 코트에서 느낄 법한 피로감이 없습니다.
그리고 바람의 확실한 차단과 함께 따뜻합니다. 다른 밀도감이 높은 코트와 비교해 거의 비슷하거나 아주 약간 상회할 정도의 보온력을 보여주었어요.
신체에 누적되는 무개의 스트레스가 없다보니 자연스럽게 손이 많이 갈 것 같습ㄴ다.
성능적인 면 때문에도 그렇지만, 다자인적인 면에서도 자주 압게 될 것 같아요.
미니멀하고 군더더기가 없는, 현대적으로 해석된 클래시컬 느낌이라 연출할 수 있는 폭이 아주 넓겠어요.
집앞에 나갈 때 로브 코트 처럼 가볍게 걸치기에도 좋고 데일리룩으로도 부담 없이 이용할 정도로 부담이 없으며 외출시에도 여러가지 스타일링을 수용할 수 있겠습니다. 전통적인 라펠의 디자인은 멋지지만 옷이 신체의 미려함을 어떻게 드러내는지를 중요시하게 여기는 저로서는
라펠의 어떤 정서의 강조가 때론 부담스러웠는데 이렇게 폭이 크고 긴 기장의 코트에서 목 부분을 드러내고감추는 자유로운 스타일링의 수용성이
제게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질감은 미리 언급한 대로 상당히 부드럽고 매끄럽습니다. 만져보면 느껴지는 모헤어 감각이 상당히 고급스럽습니다.
그리고 제가 알고 있던 이중직(멎나요?) 느낌과는 다르게 얇아 핸드메이드의 얇은 피 처럼 비견되는, 움직일 때 마다 펄럭이고 흐르는 느낌의 퍼포먼스가 맘에 듭니다.
그래서 사진에서 이 코트의 매력을 알려면 정적인 모델 착용 사진 보다 스냅샷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루엣과 쉐입도 중요했지만 제겐 원단의 성향에서 나오는 질감과 퍼포먼스가 되게 중요했거든요.
착용한 사람의 퍼포몬스에 따라 보여지는 이 코트의 매력은 직접 봐야 확실할 것 같습니다.
저는 남자지만 개인적으론 여성의 옷 혹은 여성의 쉐입에서 영감을 많이받는 편인데 트와는 중성적이거나 살짝 여성성에서 확인할 수 있는 쪽의 엘리강스한 면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종합적으론 아주 고급집니다.
참. 구매 전에고민했던 부분이 컬러였습니다. 베이지는 아름다우나 여성적이라기 보다 여성의 옷 바로 그 것으로 보였고
그럼 남은 컬러는 검은 색인데, 검은색. 좋아하는 색이지만 가진 옷이 너무 많다보니 또 검은색? 싶었습니다.
그런데 광택이 남달라요. 쇼룸의 조명이 살짝 어둡고은은한 오렌지의 등이었음에도 확실히 표가 나더라고요.
단순한 검은색이지만 입체감이 있습니다. 그래서 역시 고급스럽고 동네 산책 나올 때 대충 걸쳐도우중충해 보이지 않아요. ㅎㅎ
무엇보다 이너의 색감에 따라 코트의 검은 색도 그에 맞춰 적당히 변주를 하는 느낌입니다.
이 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인상이고 기분 탓인지는 모르나 회색 계열의 이너를 갖추거나 파란 색 계열로 코디를 하면 뭔가 그에 맞춰 코트도 통일성 있게
비슷한 색감으로 보인다고나 할까요?
유일하게 아쉬운 건 주머니의 위치인데, 손을 깊히 질러 넣었을 때 손이 상당히 앞으로 모이게 되는 위치라 저는 좀 어색하고 어깨를 억지로 움츠리게 되는 면이
개인적으로 불편하긴 합니다만 주머니 깊이와 폭이 커서 다르게 접근하면 편의가 좀 나아질 것 같습니다.
누군가가 입고 있던 할아버지한테 물려 받은 코트를 보면서 매일 입어도 물리지 않고 나를 보여주는 코트를 찾았는데
생각 보다 빨리 찾은 것 같습니다 ㅎ